문학과 건축의 공간 시학

2022. 10. 21. 00:02공부/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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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한자만 보아도 언어로 만든 집

이란 가장 구체적인 관념 공간이다.

 

바슐라르는 행복한 공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볼노프는 피호성의 공간으로 일컫는다.

자궁> > 무덤이라는 집을 갖게 된다.

유동의 생으로부터 정주시키고,

외부 세계의 무서움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해준다.

결혼이라는 은유 공간

안식과 위안을 주는 체험적 생활공간

세계 안에서의 自我(자아)라는 중심을 인지시키는 상징 공간

 

공간 시학 (건축의 방법론)

1. 글쓰기에 임하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다.

 

* 胸有成竹(흉유성죽) : 뜻이 담긴 대나무를 제대로 그리려면 마음속에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의 틀을 잡아주는 개념 지도이다.

이 고사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글을 쓰기 전이나 집을 짓기 전, ‘마음속에자신이 쓸 글이나 집의 그림을 미리 그리고 있어야 한다.

2. 글의 터전을 인식 공간에서 잡는다.

 

미켈란젤로에: 조각이란 대리석 안에 이미 존재하는 형상을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는 것

파울로 베르니니(Paolo Bernini) : 대지가 요구하는 신성한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대지에는 그 대지가 요구하는 집의 형상이 숨겨 있다

 

즉 글을 어떤 공간(대지)에 심을지, 그 공간이 요구하는 글(, 혹은 소설, 극본 등)을 분명하게 인식하라는 것이다.

 

3. 글의 골격을 튼튼히 세운다.

 

루이스 칸(Louis I. Kahn) : 건축의 기본은 폼 드로잉(Form Drawing)으로부터 시작한다. 모든 집에는 설계도가 필요하다.

 

낮은 교회의 의미: 겸손한 자의 기도와 읍소

첨탑형 교회의 의미: 예전 권위를 상징하던 신을 향한 경배

 

서론 본론 결론’, 혹은 의 순서대로 글의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4. 세부적인 디테일의 힘과 매력을 창조해낸다.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 그의 저서에 디테일의 강력한 힘에 대한 설명이 강조되어 있다. 삶 속에 매번 새로운 감동으로 이어지려면 전체의 질서와 잘 어울리는 디테일 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형태 구성 요소들은 단순히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조직하려면 질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5. 서로에게 기여하는 표현을 만들어낸다.

 

로저 셰퍼드(Roger N. Shepard) : 그의 저서 돌려놓은 테이블의 책상을 보면 같은 크기와 모양을 지녔는데도 서로 달라 보이는 것은 책상 상판의 방향과 다리의 위치라는 형태 속성 때문이다. 같은 조건에서 전혀 다르게 느끼게 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요소이다.

 

똑같은 앞에 서로 다른 형용사를 붙일 때마다 이 가지는 성질이나 본질이 너무도 달라진다.

 

6. 완성된 성과물을 보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어본다.

 

* 실패한 건축물 : 베르사유 궁, 목천 독립기념관 (出甲陳兵)

 

베르사유궁(Château de Versailles)은 프랑스 베르사유에 있는 왕궁이다. 바로크 건축의 대표작품으로, 호화로운 건물과 광대하고 아름다운 정원과 분수 그리고 로페라와 거울의 방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권력의 위용을 자랑하는 이 베르사유궁이 건축가들 사이에서 실패한 건축물로 폄훼되는 이유는 바로 이 궁전 앞에 서면, 어마어마한 정원과 맨 뒤의 건축물까지 모두 한눈에 다 보인다는 점에 있다. 맨 앞에 서자마자 맨 뒤까지 한 번에 다, 한 눈에 보아버린 상실감, 호기심이나 호감이라고는 한 치도 발생하지 않는 허무감, 이런 감상자의 감정이 실패 요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목천에 있는 독립기념관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건축가들은 出甲陳兵(출갑진병)이라 부른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 병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처럼 한 줄로 다 파악되는 건축물들, 실패라는 것이다.

성공한 건축물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우리의 동선에 맞춰 하나씩 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구조가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경북 경주 강동 송동만 씨 가옥은 숨김과 드러냄의 미학으로 이 가옥이 고혹스럽도록 아름다운 것이다.

 

글의 비밀도 똑같다. 적당한 숨김은 아주 중요한 장치인 셈이다.

특히 짧은 단형의 시에서는 조금씩 드러내야 한다.

기타 시나리오나 모든 글 역시 처음 도입에 어떤 것을, 전개와 절정에는 무엇을, 또 어떤 결말을 낼지는 그 글들을 집이나 건축물이라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하나씩 점검하며 꼼꼼히 계획하고 지어갈 때 실패하지 않게 된다.

 

7. 문학과 건축 사이의 내밀한 비밀, 공간 시학이 의미하는 것을 되짚어본다.

 

* 網擧目隨(망거목수) : 그물을 들면 그물눈이 따라 올라온다는 뜻으로 이제까지의 추론을 되짚으면서 이 수업의 의미의 그물을 거두어들인다.

 

집이건 글이건,

사유의 집(흉유성죽과 인식) 형태의 집(설계도면) 표현의 집(디테일의 힘) 감동의 집(성공한 집)

 

늘 글을 쓸 때 이런 집이라는 공간 개념을 꼭 유념해야 한다. 이런 순서를 염두에 둘 때 숨김과 드러냄의 변주가 가능해져서 감상자나 독자들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된다.

 

8.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에 예시된 시 다섯 편과 수필 한 편을 읽으면서

문학과 건축의 교차점을 인식하며 공간 시학으로서의 감상과 해석을 시도해 본다.

 

1) 가재미

2) 산사로 가는 길

3) 동백 신전

4) 낙서

5) 교보문고

6) 수필 아름다운 발의 추억

 

참고 도서

 

문학 분야

- 홍성욱,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 책세상, 2002.

- 미셸 푸코, 오생근 역, <감시와 처벌>, 나남, 2003.

- 레이 브래드버리, 박상준 역, <화씨451>, 황금가지, 2009.

- 니콜라스 카, 최지향 역,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청림출판, 2010.

 

건축 예술 분야

- 김억중, <읽고 싶은 집 살고 싶은 집>, 동녘, 2003.

- 캐밀러 그레이 지음, 전혜숙 옮김, <위대한 실험 러시아 미술>, 시공사, 2007.

- 윌리엄 모리스 지음, <에코토피아 뉴스> (원제: News from Nowhere, 1890), 필맥, 2008.

- 프랭크 휘트포드 지음, 이대일 옮김, <바우하우스>, 시공사, 2011.

- 마이클 러시 지음, 심철웅 옮김, <뉴미디어 아트>, 시공사, 2011.

- 백령, <통합예술이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 승효상, <빈자의 미학>, 느린 걸음, 2016.

- 장성욱, <문학과 미술의 만남>, 국학자료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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