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1. 02:52ㆍ공부/교양
음악적인 요소를 지닌 문학적 장르는 ‘시’이겠지요.
둘을 이어준 것은 ‘리듬(rhythm)’이지요.
문학 용어로는 ‘운율(韻律)’이라 하고. 음악용어로 ‘율동’ 또는 ‘절주(節奏’), ‘선율’이라고 하는 리듬(rhythm)입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서 플라톤의 《노모스(법률편)》에 있는 ‘운동의 질서’라는 정의가 가장 유명합니다.
시의 3요소는 시어, 운율, 이미지를 들 수 있는데요.
산문시조차도 그 시 안에 도도히 흐르는 리듬은 내재율로 존재하지요.
음악의 3요소라면 일반적으로 멜로디, 화성, 리듬을 말하는데요. 여기에서 멜로디와 화성을 가지지 않는 음악은 있어도, 리듬이 없는 음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태초에 리듬이 있었다."라고 뷜로가 말한 것처럼, 리듬은 음악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기에 시는 문학의 기본 장르로서 다른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과 구별되는 점은 바로 이 리듬에 있습니다.
발레리는 ‘산문은 걷는 걸음’이고, ‘시는 격렬한 춤사위’라고 했겠지요.
시는 춤사위가 맞는 표현이겠어요. 결국 시와 산문은 이 리듬(운율)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지어 질 테니까요.
리듬= ‘운율’
소리의 효과에 관한 일체의 현상을 총칭하여 운율이라 합니다.
'운'은 특정한 위치에 동일한 음운이 반복되는 현상을 가리키고,
'율'은 동일한 소리 덩어리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규칙성은 안정감과 미적 쾌감을 가져다 준다.
이 운율로 인해 시가 ‘음악성’을 갖게 되는 건데요.
운(韻)은 같거나 비슷한 소리가 되풀이되는 걸 말하고,
율(律)은 음의 높낮이, 길고 짧음, 강함과 약함, 글자 수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말하지요.
운율을 만드는 기본은 규칙적인 반복
운율을 찾기 위해서는 노래하듯이 소리 내어 읽기
동일한 모음이나 자음이 반복되면 운율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갈래갈래 갈린 길'에는 'ㄱ'이 반복돼서. 또 똑같은 음절이나 낱말이 반복되어도 운율이 생기지요. '잔디 잔디 금잔디'에는 '잔디'가 반복되어 있으니까요.
일정한 수의 음절이 반복되어도 운율이 생겨요. 시조가 대표적인데요. 한 구에 보통 세 글자, 네 글자가 반복이 되지요. 이를 3·4조라고 하죠.
각 시행이나 연마다 끊어 읽는 소리덩이의 수가 반복되는 소리덩이를 음보라고 하고요. 시조는 각 장이 4번 끊어 읽는 4음보이지요. 그러니까 3·4조 4음보의 율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게 되고요. 여기서 3·4조란 한 구의 글자수가 3글자, 4글자로 일정하게 되풀이된다는 뜻이고, 4음보의 율격이란 한 시행이 네 번씩 끊어 읽게 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글자수를 지키는 경우를 음수율이라고 하고,
끊어 읽는 마디를 일정하게 되풀이하는 것을 음보율이라고 합니다.
특히 음수율은 일정한 수의 음절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므로 음절의 수(數)가 단위가 되어 겉으로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외형률로 드러나지요.
우리나라 시들은 보통 3음절, 4음절이 기본 단위가 되어 되풀이 되는데, 자유시 중엔 3음절, 4음절이 이어져서 7음절이 되면서 유장한 호흡을 형성하는 7·5조로 되어 있는 시가 많이 있어서요.
음수율이 노래로 불리워지게 하기에 최상의 리듬 조건이라고 하네요.
7·5조, 일정한 수의 음절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는 운율로, 음절의 수(數)가 단위가 되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율격, (음수율의 대표)
‘시’가 그대로 ‘노래’로 된 작품 <이별의 노래>
자, 그렇다면 7·5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일본의 단형시 하이쿠의 영향이 큽니다.
하이쿠(俳句배구)는 일본 고유의 단시형 시로 5·7·5의 17음(音)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원래 일본에는 중세 무렵부터 조렝카[長連歌]라는 장시(長詩)가 있었는데, 15세기 말부터 이 조렝카는 정통(正統) 렝카[連歌]와 서민생활을 주제로 비속골계화(卑俗滑稽化)한 하이카이렝카[俳諧連歌]로 갈리었고, 에도시대에 이르러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같은 명인 시인이 나와 하이카이렝카는 크게 유행하였어요. 이 하이카이렝카의 형식이 제1구(句)는 홋쿠[發句]라 하여 5·7·5의 17음으로 이루어지고, 제2구는 7·7의 14음, 제3구는 다시 5·7·5의 17음 등, 장·단이 교대로 엮어져 많은 것은 100구, 짧은 것은 36구 등이 있습니다.
마쓰오 바쇼는 이 렝카의 제1구, 즉 홋쿠를 매우 중요시하여 홋쿠만을 감상하기도 하였으며, 에도 중기 이후에는 이 홋쿠의 비중이 더 커졌고요. 메이지[明治]시대에 이르러 시인(詩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는 렝카의 문예적 가치를 부정하고 그 홋쿠만을 독립시켜 ‘하이쿠’[俳句]라 이름하였는데 이것이 정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응축된 어휘로 인정과 사물의 기미(機微)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이 하이쿠는 일본 시가문학의 커다란 장르를 이루며, 우리의 근대시는 바로 이 ‘하이쿠 5·7·5’의 17음 중 맨 맢의 5를 버리고 뒷부분의 ‘7·5’만을 가져와 우리 민족의 리듬으로 발전시킨 것이지요. ‘7·5조’의 앞 ‘7’에 숨차듯이(7음절이 기니까) 애상한 심정을 길게 담아내고, 곧이어 ‘5’에 ‘7’보다는 짧게 마무리하듯 시상을 싣는 형태가 우리 정서에 맞아 떨어진 것이고, 바로 이 점이 우리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에 딱!!이었던 거죠.
[참고]
김소월(金素月) 1902.8.6 ~ 1934.12.24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꽃>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한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평가받으며 짙은 향토성을 전통적인 서정으로 노래하여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산유화>외 많은 명시를 남겼다.
본명 정식(廷湜). 호 소월(素月)은 하얀 달이라는 뜻이다. 1902년 8월 6일(음력) 평안북도 구성(龜城)에서 출생하였다. 오산학교(五山學校) 중학부를 거쳐 배재고보(培材高普)를 졸업하고 도쿄상대[東京商大]에 입학하였으나 관동대진재(關東大震災)로 중퇴하고 귀국하였다. 당시 오산학교 교사였던 안서(岸曙) 김억(金億)의 지도와 영향 아래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1920년에 《낭인(浪人)의 봄》 《야(夜)의 우적(雨滴)》 《오과(午過)의 읍(泣)》 《그리워》 등을 《창조(創造)》지에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다.
이어 《먼 후일(後日)》 《죽으면》 《허트러진 모래 동으로》 등을 《학생계(學生界)》 제1호(1920.7)에 발표하여 주목을 끌기 시작하였다. 배재고보에 편입한 1922년에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닭은 꼬꾸요》 《바람의 봄》 《봄밤》 등을 《개벽(開闢)》지에 발표하였으며, 이어 같은 잡지 1922년 7월호에 떠나는 님을 진달래로 축복하는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꽃》을 발표하여 크게 각광받았다.
그 후에도 계속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등을 발표하였고, 이듬해인 1924년에는 《영대(靈臺)》지 3호에 인간과 자연을 같은 차원으로 보는 동양적인 사상이 깃들인 영원한 명시 《산유화(山有花)》를 비롯하여 《밭고랑》 《생(生)과 사(死)》 등을 차례로 발표하였다. 1925년에 그의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이 매문사(賣文社)에서 간행되었다.
그후 구성군(郡) 남시(南市)에서 동아일보사 지국을 경영하였으나 운영에 실패하였으며, 그 후 실의의 나날을 술로 달래는 생활을 하였다. 33세 되던 1934년 12월 23일 부인과 함께 취하도록 술을 마셨는데, 이튿날 음독자살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불과 5, 6년 남짓한 짧은 문단생활 동안 그는 154 편의 시와 시론(詩論) 《시혼(詩魂)》을 남겼다.
평론가 조연현(趙演鉉)은 자신의 저서에서 “그 왕성한 창작적 의욕과 그 작품의 전통적 가치를 고려해 볼 때, 1920년대에 있어서 천재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7·5조의 정형 음수율을 많이 써서 한국의 전통적인 한恨)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평가받으며, 짙은 향토성을 전통적인 서정으로 노래한 그의 시는 오늘날까지도 계속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박목월(朴木月) 1915년 ~ 1978년 3월 24일
본명이 영종(泳鍾)이고, 1915년 경상북도 월성군(현 경주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수리조합장을 지내기도 하는 등 비교적 여유 있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어릴 적엔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하고 경주에서 좀 떨어진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30년 대구 계성중학에 입학, 하숙을 하며 독서와 습작기를 보낸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린이>에 동시 ‘통딱딱 통딱딱’과 <신가정>에 ‘제비맞이’란 글이 실리면서 아동문학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지만 1936년 졸업 후 집안이 기울어 고향으로 돌아와 동부금융조합에 입사한다.
목월(木月)이란 필명은 그가 좋아했던 수주(樹州) 변영로의 호중의 수(樹)자에 포함된 목(木)과 소월(素月)에게서 월(月)을 따 지은 것이다.
1939년 <문장>에 작품을 투고해 1940년 9월에 등단하는데, 이때 정지용으로부터 ‘북의 소월, 남의 목월’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문단에 주목을 한 몸에 받는다. 정지용, <문장>(1940. 9)에서 “북에는 소월이 있었거니 남에는 박목월이가 날 만하다. 소월이 툭툭 불거지는 삭주귀성조(朔州龜城調)는 지금 읽어도 좋더니 목월이 못지않아 아기자기 섬세한 맛이 좋아. 민요풍에서 시에 발전하기까지 목월의 고심이 더 크다. 소월이 천재적이요, 독창적이었던 것이 신경 감각 묘사까지 미치기에는 너무나 “민요”에 시종하고 말았더니 목월이 요적(謠的) 뎃상 연습에서 시까지의 콤포지션에는 요(謠)가 머뭇거리고 있다. 요적 수사(修辭)를 충분히 정리하고 나면 목월의 시가 바로 한국시이다.“라고 썼다.
1946년 [청록집]을 내고는 금융조합을 그만두고 대구 계성중학교와 서울 이화여고에서 교사로 지내다가 한때 출판사 산아방(山雅房)의 경영을 시초로 1950년에는 여학생사의 주간으로 잡지에도 손을 대나 실패한다. 조지훈, 박두진, 이한직과 함께 <시문학>에 참여하지만, 이것도 한국전쟁 때문에 창간호가 종간호가 되고 만다. 1953년부터 다시 서라벌예대와 홍익대에 출강하는 등 교직에 몸담으며 1954년에 시집 [산도화]를 간행한다.
자연에서 출발한 박목월은 후기로 넘어오면서 차츰 현실적 삶의 애환을 노래하는데, 그 현실의 갈등이나 초극의 의지를 보여주기보다는 인간의 운명이나 사물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그려내는 데 주력한다.
1956년 ‘한국시인협회’의 출판간사를 역임하고, 이의 기관지인 <현대시>와 연간시집 [시와 시론]을 발행한다. 1959년에는 시 세계에 전환을 가져와 사소한 일상의 편린들에 관심을 기울인 시집 [난(蘭)·기타(其他)]를 내놓는데, 많은 평자들에게 섬세함과 고유한 정서로 리리시즘을 구현해냈다는 찬사를 듣는다.
박목월은 시집 [난(蘭)·기타(其他)]를 내놓고 많은 평자들에게 섬세함과 고유한 정서로 리리시즘을 구현해냈다는 찬사를 듣는다. 1962년에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1963년에는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개인교습을 맡기도 한다. 1964년에는 과거의 정형률에서 벗어나 서술체를 사용, 자연을 현대감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시집 [청담(晴曇)]을 내고, 그 시집으로 1968년 대한민국 문예상 본상을 수상한다. 1968년에 펴낸 시집 [경상도 가랑잎]은 의문과 자아확인을 동시에 내포한 ‘뭐락카노’라는 시구를 비롯하여 시 전체에 경상도 토속적 방언을 사용하여 고향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향에의 회귀란 곧 삶의 본질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짙은 허무가 배어 나오기도 하지만 그 허무 끝에서 좌절이나 체념을 넘어서 삶과 죽음을 여유 있게 바라보는 달관의 자세를 만날 수 있다. 1973년에 펴낸 [사력질(砂礫質)]은 그의 후기 대표적 시집인데, ‘자연’으로부터 출발해 ‘일상’과 ‘가족’을 우회해 그가 안착한 ‘사물의 본질의 세계’에 대한 냉철한 통찰을 보여준다. 이 시집은 그 통찰을 통해 유한한 삶에 내재된 한계성과 비극성을 간결하게 드러내 보여준 박목월 후기의 진경 시집이다.
1973년 9월 박남수, 김종길, 이형기, 김광림, 김종해, 이건청 등이 참여하는 월간 시 전문지 <심상(心象)>을 발행하고 1976년에는 시집 [무순(無順)]을 발행하는 등 1978년 생을 다하기 전까지 출판인으로서, 교육자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청록파’라는 이름을 지상에 남긴 한 시인으로서 성실한 삶을 살다 간다. 시집 외에도 수필집 [구름의 서정], [토요일의 밤하늘], [행복의 얼굴], [보랏빛 소묘], 동시집 [산새알 물새알], [초록별], [사랑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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